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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표를 예약하는 일은 커다란 미션이었다. 처음으로 왕복 사차선 정도(줄이 그어져 있지 않았다)의 정식 도로를 건너야 했다. 숙소와의 거리는 1킬로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보를 통한 며칠간의 적응과정으로 넓어진 영역 밖이었다. 사이클릭샤와 오토릭샤들이 질서 없이 막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에게도 몇몇이 말을 걸어왔다. 커다란 흰색 건물에는 길쭉한 초록 바탕에 흰색으로 구불거리는 힌디어가 걸려있었다. 역 안 거대한 전광판에는 다가올 열차들의 번호와 구불거리는 글자들이 나타났다가 영어로 바뀌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않아있었고,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벨트 옆에서 짐과 나란히 검사를 받으며 입장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나는 안내판을 보고 외국인들을 위한 공간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긴장감에 주먹 안이 축축해졌다. 슬쩍 둘러보고 눈치껏 예약을 위해 채워야하는 양식을 집어 들었다. 채울 수 있는 부분을 채우고 나서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슬금슬금 복대의 지퍼를 열어 여권을 꺼냈다. 몇몇 외국인들이 예약을 마친 후 내 차례가 돌아왔다. 우리나라 기본교육의 힘은 위대했다. 9년 전을 마지막으로 영어를 사용해 본 적 없는 내가 언어적,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라나시행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중간에 담당하는 아저씨가 짜이를 사와서 마셨다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자리를 십 분정도 비웠다던가 하는 일은 큰 불편이 아니었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표를 사진으로 찍어두고 출발시간도 메모장에 적어두었다. 드디어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올 때는 낯설었던 길이 그사이 익숙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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