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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서 추천하는 카페에 왔다. 기대와는 달리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의 카페였다. 우리나라에서 모던한 인테리어 카페에 온 것과 뭐가 다른가. 직원이 건넨 메뉴판에 한글로 신라면 이라고 적혀있었다. 아직 한국음식이 그리울 때는 아니었다. 와이파이로 혹시 지나쳤을 정보들을 탐색하고 있을 때 훤칠하고 멀끔하게 생긴 서버가 쟁반을 내 앞에 놓았다. 비염환자마냥 고개를 숙여 코로 김을 쐤다. 익숙한 냄새가 났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식욕이 일었다. 약간 싱겁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같이 나온 길쭉한 쌀로 지은 덜 끈적이는 밥과 레몬즙으로 식초를 대신한 단무지 역시 만족스러웠다. 카페 직원이 나를 의식했는지 한국노래가 공간을 메웠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씩 싱거운 한국음식과 한국노랫말이 나를 이렇게나 만족시키다니. 호란의 그윽한 목소리를 들으며 그릇들을 모두 비운 후 나는 수첩과 펜을 꺼내 오늘 할 일들을 한 줄에 하나씩 적었다.

유심 만들기, 알리바바바지, 슬리퍼, 기차표 예약하기네 줄을 적고나니 더 이상 적을 것이 생각나질 않았다.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유를 부릴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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