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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릴 적 좁은 시장골목에서 엄마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 긴장했던 때가 떠올랐다. 크고 작은 조각들을 파는 할아버지, 다양한 브랜드의 옷을 걸어두고 파는 아저씨, 길을 돌아다니며 악기를 파는 청년, 옆을 수시로 지나는 릭샤왈라들이 말을 걸어왔다. 숙소 앞 로터리를 중심으로 조금씩 범위를 늘려 왔다가 갔다가 걷기를 반복했다.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한 듯 수행자인양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거적을 두른 금발의 청년이 지나가는가 하면, 네댓 명의 어린 남자들이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며 내 옆을 지나치기도 했다. 그렇게 목적 없이 걷다가 문득 왜 이곳에 왔는지 명확히 하고 싶어졌다. 기억을 더듬어봤다. 가장 처음 인도에 가겠다고 생각한 것은 7년 전이었다. 그러니까 스물 둘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계기는 생각이 나지 않으나 그때의 기분은 기억이 났다. 배를 타면 무조건 비행기보다 돈이 덜 들것이라 생각했고, 수첩에 계획을 적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셀 수 없이 많은 바람들 중 하나의 씨앗이 심어졌다. 갑자기 툭 하고 싹이 트인 인도 여행. 그 계기는 그럴듯했다. 시험에서의 낙방. 수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떨어졌고, 떨어지는 중이다. 나는 시험에서의 실패에 대해 그들과 다른 대처를 하고 싶었다. 난 소수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 나의 선택, 내가 속한 집단, 나의 취향이 소수임을 확인할 때 내 희귀함이 인정받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문득 떠오른 오래전의 바람. 머리 보다는 가슴이 시키기는 했으나, 가슴 깊숙이에서 우러나온 결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 결정은 한 순간이었고, 열흘 후에 나는 배가 아닌 비행기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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