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7
아침밥을 먹으려 길거리를 배회했다. 밤중에 비가 뿌려졌는지 길바닥 곳곳엔 웅덩이가 있었다. 웅덩이가 없는 곳엔 소와 개의 배설물과 흙이 잘 배합된 짙고 질퍽한 것들이 고루 퍼져있었다. 나는 200루피 짜리 쪼리를 신고 웅덩이를 요리조리 피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안개비가 내렸다. 언제나 경적을 멈추지 않는 자동차 몇 대를 보내려 식당 입구에 서있었다. 자동차 뒤로 허름한 옷을 걸친 한 무리가 악기를 연주하며 지나갔다. 그 뒤를 따르던 꼬맹이 둘과 눈이 마주쳤다. 조그만 여자아이는 장구 같은 것을 목에 메고 채 두 개를 손에 들고 연주를 하고 있었다. 더 조그만 남자아이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텀블링을 하기 시작했다. 제자리에서 두 손을 땅에 짚고 한 바퀴를 돌더니 나와 눈을 마주친 후 다시 한 바퀴를 돌았다.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야, 거기 더러워. 그만 돌아. 소녀와 소년이 다가왔다. 눈알 네 개가 나를 포위했다. 그리고는 10루피를 요구했다. 남매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나는 누나에게 10루피를 주었다. 소녀는 앞장서서 가고 있는 가족들에게 뛰어갔다. 소년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바라봤다. 뭐 인마. 알아들을 리 없는 센 척을 해보았지만 소년은 더욱 강력한 눈빛을 보내왔다. 누나라며. 소년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했다.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 소년이 내민 두 손을 보았다. 축축하고 더러운 바닥을 짚었던 손에 10루피를 얹었다. 소년은 지폐를 쥐고 달려갔다. ‘고작 10루피가 아까웠던 건가’로 시작된 묘한 감정을 곱씹으며 천천히 길을 걸었다.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가짜남매가 다시 내 앞으로 왔다. 그리고는 다시 악기 연주와 텀블링을 했다. 감사의 앙코르 공연을 즐겼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손바닥 네 개가 나를 향했다. 코넛플레이스에서 배운 몇 개 알지 못하는 힌디어를 내뱉었다. “짤루.” 꺼지라는 말에 아이들은 다시 돌아갔다. 묘한 기분은 불쾌감으로 바뀌었다. 더 내놓으라는 마음이 얄미웠다. 그러다가 이내 내가 준 것은 적선이었고, 그들이 받은 것은 작은 공연을 본 대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