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한 달간의 여행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활한 데이터의 공급이 중요하다. 3G데이터를 어디에서나 쓸 수 있으려면 유심카드를 개통해서 데이터를 충전해서 사용해야 했다. 유심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는 한식당에 왔다. 약간 구석진 곳에 있었지만 이곳은 어차피 필요에 의해 오는 가게이기 때문에 영업과 가게 위치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았다. 메뉴에는 벌써부터 반가운 여러 한국 음식들이 나를 유혹했다. 사진 따위는 없었지만 글자만 봐도 비주얼과 맛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풀은 돈 주고 사먹을 가치가 없다는 평소의 굳은 신념에 따라 제육볶음을 시켰다. 벽에 붙어있는 인도 지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책장에는 여행자들이 두고 갔을 여러 가이드북들과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을 비롯한 몇 권의 책이 있었다. 다른 자리에는 어려보이는 남자 두 명이 밥을 먹고 있었고, 주인아저씨는 어느 젊은 여자 여행객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들려서 정보를 얻고, 잃어버린 입맛을 얻기도 할 거다. 주인아저씨는 무슨 계기로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을까. 금세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김치도 나왔다. 제육볶음과 맛이 매우 비슷한 그것을 먹으면서 주파수는 그들의 대화에 맞춰졌다. 펑퍼짐한 인도바지에 슬리퍼, 팔목에는 팔찌, 발목에는 발찌를 한 젊은 여자는 앞으로 여행을 갈 도시에 대해 팁을 이것저것 얻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 나오는 중요한 단어 대부분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저 난 그냥 고기를 씹으며 생기 넘치는 그 여자만 구경하고 있었다. 밥을 먹고 계산을 한 후에 유심카드를 만들러 왔다고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여권과 돈만 주면 됐으니까. 몇 시간 후면 문자 메시지가 올 거라는 주인아저씨의 당부를 받고 식당에서 나왔다. 비밀접선을 마친 사람처럼 조용하고 낡은 건물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이 벽에 오줌을 갈겨대고 있었다.

 

 

'여행기 > 인도, 인도로 인도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델리10  (0) 2016.05.19
뉴델리9  (0) 2016.05.19
뉴델리7  (0) 2016.05.19
뉴델리6  (0) 2016.05.19
뉴델리5  (0) 201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