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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세요? 아직 안개가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초우라스타 광장에서 각자의 일과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던 중이었다. 고개를 돌렸더니 우리나라말을 하는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스미마셍, 이라고 모른 채 할까 하다가 나도 우리말로 답했다. 친화력을 수치로 따졌을 때, 내가 1이라면 그는 3정도 돼보였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서로 프라이버시를 존중했다. 개인적인 것은 묻지 않으며 여행 경로와 다녀온 곳 중에 어떤 곳이 좋았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경로로 다르질링에 왔으며, 무려 5일간 이곳에 있을 예정이었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고 아침식사로 그는 야채, 나는 고기만두를 먹으면서 함께 차밭을 보러 가기로 결의했다.
약간의 정비 후에 우리는 약속된 시간에 광장에서 만났다. 그가 가져온 가이드북에는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차밭들이 소개되어있었다. 하지만 경비의 최소화를 위해 직접 아무 차밭이나 가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고,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아래쪽에 위치한 녹색 밭이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와 바위를 이용해 간이로 만든 계단 등을 내려갔다. 길을 가로지를 수 없기에 골목골목을 따라서 걸었다. 마당도 구경하고 가축도 구경했다. 많은 생활들을 마주쳤다. 어느 집 마당을 지날 때였다. 다섯 명의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꼬마들은 마당에서 뭔가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내가 치즈. 하고서 사진을 찍자 아이들이 고개를 돌려 환하게 웃어주었다. 계속 걸음을 옮기면서 마주치는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차밭 가는 길을 물었다. 그렇게 꽤나 걷다보니 차밭이 나왔다. 지금은 1월. 겨울이었다. 수확이 끝나고, 가지가 잘렸을 앙상한 갈색 밑동만이 보였다. 조금 더 걸어 내려갔다. 아래쪽에는 초록색 밭이 보였기 때문이다. 수확 후에 잘라낸 것일까. 볼품없는 초록 나무들이 주욱 도열한 곳에 도착했다. 당최 본 적이 없어서 확신은 없지만 차나무 밭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그 곳에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약간 허무함을 느꼈다. 동행했던 친구도 몇 장 사진을 찍더니 돌아갈 길을 눈으로 훑고 있었다.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눈치였다.
올라오는 길은 역시 힘들었다. 우리는 무언의 경쟁심으로 쉼 없이 묵묵히 오르막을 걸어 올라갔다. 역시 고도가 높아 공기가 선선했다. 역시 하늘과 가까워 햇빛은 강렬했다. 땀을 식히고자 겹쳐 입었던 옷들을 하나하나 벗었다. 누구의 승리도 없이 무언의 경기를 마친 우리는 최대한 숨을 고르며 시내에 들어섰다. 식당에서 피자를 먹었다. 여전히 대화는 적었지만 친근함은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서로의 남은 여행에 행운을 빌어주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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