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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5.19 바라나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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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를 했다. 간판에는 서툰 한글로 『미나헤나샵』 이라고 쓰여 있었다. 헤나샵 주인은 자기 이름이 미나라고 했다. 미나 누나는 다양한 무늬들이 있는 디자인리스트를 보여주며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골라보라고 했다. 내가 사진을 넘기는 동안 그녀는 자부심 가득한 눈빛과 말투로 자신이 직접 고안한 무늬라는 것을 강조했다. 적당한 사진을 택했다. 약간의 준비를 마친 후, 내 손등 위의 조그만 튜브 끝에서는 진한 갈색의 액체보다 고체에 가까운 끈적끈적한 것이 나왔다. 미나 누나가 능숙한 솜씨로 내 손등 위에 튜브를 짜기 시작했다. 처음에 해바라긴가 했던 문양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내 그녀는 프리스타일로 손등에 그림을 얹었다. 파스를 바른 듯 시원해졌다. 그녀는 작업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요컨대 이 구역의 원조 헤나샵은 자기이며, 자신의 헤나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내 경험은 아니었지만 카페에서 자주 본 빠하르간지의 헤나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가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어리바리한 초짜 여행객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장사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네일샵에서 그녀들이 왜 그렇게 수다를 떠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손등 위에 갯지렁이 똥처럼 얹어진 헤나가 어느 정도 마르기를 기다릴 때쯤, 머리에 붕대를 감은 꼬맹이가 들어왔다. 꼬맹이가 나에게 나마스테라고 하기에 나도 나마스테라고 했다. 미나 누나의 아들이라고 했다. '바부'라고 부르기에, 안타까운 이름이구나 생각했다. 바부는 머리에 붕대를 감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몇 마디 나누고 재빠르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마 하교 후 나가서 놀러 나가는 게 아닌가 생각됐다. 이어서 미나 누나가 이야기하길 자신은 1, 3학년 아들, 딸을 두고 있다고 했다. 자세한 이야기 까지는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자식 이야기를 하는 그 눈에서 행복이 보였다. 갑자기 뭔가 선물을 주고 싶었다. 가방에서 빨간색, 파란색 볼펜을 꺼내서 '바부'에게 주라고 했다. 몹시 기뻐하던 미나 누나는 바부는 그냥 인도에서 꼬맹이들한테 부르는 스윗네임이라고 알려줬다. 하나도 스윗하지 않지만 좋은걸 알았다. 지나가는 꼬맹이한테 바부라고 해야지.
미나 누나가 건넨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 한 쪽에 짧게 글도 남겼다. 특히 방명록을 넘기면서 이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인데, 라며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그녀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미나 누나는 새 명함을 만들어야 된다며 한글로 ‘미나 헤나샵’ 이라고 종이에 써달라고 했다. 내 주변에 소문난 악필인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미안한 제안이었다. 곧 나는 펜을 들고 공들여 글씨를 썼다. 판본체로. 여기랑 여기는 붙여서 쓰는 것이냐, 이건 동그랗게 쓰는 것이냐, 묻는 그녀의 말에 자세하게 한글을 지도해주었다. 고맙다며 서비스로 오른손 손바닥에 럭키워드라며 '옴'을 써줬다. 시바신의 어쩌고 하던데 못 알아들었다. 머리 아플 때 조용한 방에서 앉아서 손을 모으고 '옴~'하고서 미간에 집중하면 두통도 낫는다고 했다. 혹시 아랫배에 집중하면 설사도 낫는지 묻고 싶었다. 갯지렁이 똥이 완전히 굳으면 두 시간 정도 지나서 툭툭 털어내라는 처방을 받고 미나 헤나샵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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