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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은 갠지스강을 ‘강가’ 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나는 강가강가에 앉아 바라나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길었다. 은근히 기대했던 깨달음은 오지 않았다. 대신 온갖 상인들이 왔다. 짜이 소년이 와서 한 잔 따라주면 마셨고, 엽서를 파는 소녀가 와서 종류별로 펼쳐놓기 시작하면 하는 수 없이 한두 장 샀다. 여느 때처럼 햇빛을 피해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요가매트 또는 천을 깔아두고 엎어져서 마사지를 받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어떤 남자가 다가와 마사지 한 번 할 테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단호하게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손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시원했다. 그것도 몹시. 저 강력한 악력으로 수년간 꾸준하게 뭉쳐온 내 어깨를 풀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를 잠시 생각했지만 정신을 다잡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 진짜 나 돈 없어, 라고 말하자 그는 돈을 받지 않겠다며 나를 매트 앞으로 인도했다. 엄청난 내적 갈등이 일어났다. 그 와중에 난 이미 신발을 벗고 매트 위로 올라가있었다. 남자는 내 발을 두 손으로 움켜잡더니 힘을 주었다. 부끄러움, 시원함과 원인을 모르는 미안함 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되기 시작했다. 더러운 내 발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잡고 이렇게나 시원하게 마사지를 해주다니... 혹시 이 사람은 천사인가. 하는 생각과 결국 난 돈을 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싸웠다. 그가 온 힘을 다해 팔꿈치로 등 여기저기를 누를 때쯤 나는 그가 받지 않는다고 거절한대도 돈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나와 요가매트는 물아일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가 마사지가 끝났음을 알렸다. 나는 옷을 추스르며 진심을 담아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3천루피를 요구했다. 찰나의 시간에 감사함이 분노로 바뀌었다. 공짜라고 했잖아, 라고 말하는 나와 풀 마사지를 받았으니 돈을 내놔라. 라고 하는 그와의 실랑이는 결국 300루피로 합의를 보는 것으로 끝이 났다. 마음속으로는 분한 마음이 남았지만 온 몸에는 시원함이 남아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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