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짧글 2016. 6. 26. 15:56

우리 모두 각자가 인식하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해서 어떤 어휘와 그 개념을 획득한다는 것은 큰 변화를 가져온다. 내겐 그 중 하나가 '이산' 이라는 단어다. 그 의미는 countable. 셀 수 있다는 소리다. 셀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고백하는 것은 아니다. 그 구분을 '이해'했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당신이 나와 비슷한 이해를 얻게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나 가져오자. 에디슨 위인전의 초반부다. 초딩이었던 에디슨은 1+1=2 를 가르치던 선생님에게 반문한다. "물은 두 개를 합쳐도 하난데요?"
물은 이산적이지 않다. 수학적으로-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통용되는 지는 모른다-이산적인 것의 반대는 연속적인 것이다. 하나 하나 따로 떼어서 셀 수 없는 성질을 연속적이다. 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맞다, 라고 확실히 쓰지 못하는 것은 두 가지 단어가 정확히 배반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오자. 그래. 이산. 이 시덥잖은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는 방금 태어나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셨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셨는데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나냐고? 그래서 내가 친구가 없다. 늘 이런식이어서 이야기를 들어주질 않는다.
커피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생각해보자. 카페인, 이런거 말고, 각자가 느끼는 감각에 대해서 말이다.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면 쓴 맛, 단 맛, 신 맛, 떫은 맛, 탄 맛, 바디감 정도다. 앞에 쓰여진 맛은 사실 향에 가깝다. 우리 말로는 풍미, 영어론 flavor정도 되겠다. 그리고 바디감. 입 안에서 느끼는 무게감이랄까, 조금 심하게 말하면 걸쭉한 정도를 뜻한다. 물은 바디감이 적고, 우유는 바디감이 크다.
이제 나의 커피 취향에 대한 이야기다. 바뀌기 때문에 지금의 취향은 이렇다. 나는 '약간' 강한 산미(신 맛)과 '적은' 바디감이 느껴지는 커피를 선호한다. 약간, 적은은 3points, 5.2points 따위로 표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즉, 연속적인 것이다. 이것이 내가 앞에서 '이산'에 대해 떠올린 이유다.
그란데말입니다, 방금 내가 상상속에서만 그려왔던 맛의 커피를 마셨다.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약간 떫은 맛까지! 내가 생각했던 약간과 적은을 굉장히 잘 구현한(심지어 그렇게 주문하지 않았음에도) 커피라니.
읽던 책을 덮고 갑자기 휴대폰 메모장에 이런 글을 끄적이는 이유는 다 이 커피 때문이다. 지금 세 잔째의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세 잔째는 샷을 하나 더 넣어달라고 했는데, 그 전 것이 훨씬
맛이 좋았다.
뭐 그렇다. 이제 좀 쓰기 귀찮다. 결론은 이렇게 새로운 단어를 '이해'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칸트형님이 이야기 한 개념이 있는데,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이뇨작용이 심하여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가하고 좋은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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