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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불편한 것들을 예의 있는 것으로 정했을까. 그는 잠기지 않는 셔츠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생각했다. 불편한 옷을 입었을 때 특유의 긴장감 때문인지 벌써 목이 끈적이는 것 같았다. 여러 번 조이기를 반복하다가 그는 짜증에 넥타이를 집어 던져버렸다. 침대 위 구겨진 이불 위에 넥타이가 떨어졌다. 한숨을 쉰 후 그는 다시 침대 위로 손을 뻗었다. 보호색을 띈 듯 넥타이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런 것 같았다. 내가 상대방을 위해 얼마나 불편함을 감수하는 지가 예절이었다. 서로 편하면 얼마나 좋을까. 입고 싶은 옷을 입으며, 하고 싶은 방식으로 표현을 하고 서로 상대방을 받아들인다. 생각만 해도 살만한 세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인사의 예절은 특히나 복잡다단하다. 간단한 눈인사부터 시작해서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는다. 심지어 죽은 사람에게는 절도 두 번이나 하지 않는가. 그리고 도대체가 우리나라 행사에 양복을 입고 다니는가. 차라리 한복이라면 내가 기꺼이 입을 텐데. 이어서 그에게 앞으로 있을 더욱 더 불편한 상황들이 떠올랐다. 터질 것 같은 기지바지의 허벅지를 보며 절 대신에 헌화를 고민했다. 결국 그는 단추를 잠그지 않고 넥타이를 대충 졸라맸다. 내 장례식장에선 절대로 양복 입은 사람은 입장시키지 말아야지.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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